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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06 2015

사순절 2015 – 열 다섯번째 이야기

<< 성경, 제대로 공부합시다! >>

저는 60년대 중후반에 충남노회에서 목회를 시작한 기장 목회자 가정에서 큰 아들로 태어났습니다.미국 북동부(뉴 잉글랜드)에서 이론언어학을 공부하며 9년여를 살았고, 현재 서강대학교에서 영어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에 제가 시골에서 본 어른들의 신앙의 모습은 한편으로는 순진, 순수한 것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거의 성황당의 수준과 방식이기도 했습니다. 제가 다닌 서강대학교는 카톨릭 교회의 여러 분파 중에서 신학적으로 상당히 진보적이며, 사회참여에 적극적이고, 교육적 사명감이 아주 큰 수도회인 예수회(Society of Jesus)가 운영하는 대학입니다. (현재 카톨릭 교회의 교황인 프란치스코 교황도 예수회 출신 사제인 것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대학 종교학과의 학부 강의에서 저명한 성서학자이자 카톨릭 사제이신 담당 교수님께서 “예수의 부활에 관심이 없다”고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충격을 받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숙식을 제공해 주신 고모님께서 출석하신 순복음교회의 심령부흥회에서 강사 목사님께서 “교황이 적그리스도다” 하며 열변을 토하시는 것을 보고 어리둥절하기도 했습니다.

만 30에 언어학을 공부하러 커네티컷주립대학교로 유학을 갔고 거기서 교회에서 일어나는 여러 부조리한 일, 입으로는 신앙과 믿음을 말하지만 실상은 자신들의 (눈앞의) 이익을 위해, 나쁘게 말하자면, 예수님과 하나님을 팔아 먹는 이들도 보았고, 그런 중에도 개인적, 사회적으로 또 단체의 차원으로 희생과 모범을 보이는 이들을 보고 만나고 깊은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약 2년간 Storrs Congregational Church에 참석하며, 미국의 진보적 회중교회인 United Church of Christ의 지역교회에서서 책임있는 신앙인, 앞서가는 신앙인, (제 표현으로 하자면) 미래의 교회를 만드는 신앙인의 모습도 많이 접하고 경험했습니다. 그러면서, 그 지역의 한인 교회로 파송된 기독교장로회 경기노회 소속의 장호준 목사님을 만나 성경공부를 했습니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조직신학과 고등비평의 성서 신학을 공부했습니다.

개인적인 바램을 이루고자 하며 성경구절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믿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성경을 역사와 배경과 비평적인 면에서 보며 보편적인 가치와 기준으로 보면서, 그 말씀이 어떻게 개인과, 사회와, 시대를 이끌어 갈지, 우리가 어떤 삶을 살지를 찾고 깨우치며, 신앙인,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자세와 의지와 방향을 잡는 공부를 하였습니다.

제가 30대에 접한 근현대적 조직신학, 성서신학의 공부가, 그 때까지 접하던 약간은 얕은 방식과 내용을 넘어서서, 깊이 있고 올바른 성경 이해를 제공해 주었고, 그런 공부가 인생의 실제 경험을 만나면서 예수를 그리스도로 믿고 따르고자 하는 이의 인생이 어떠해야 할지에 대해 명확하고 굳은 자세와 신념을 생기게 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내용을 20대 초반의 대학 시절에도 접한 것이 있었는데, 그 당시에는 그런 내용이 이해도 안되고 충격적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인생을 살면서 비슷한 내용을 30대 중반에 접하면서는, 너무도 잘 이해되고 삶과 잘 연결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평신도들도 조직신학과 고등비평의 성서신학을 공부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참여자의 경험과 수준과 관심의 정도에 따라 주제와 방향과 깊이와 양의 정도를 달리해야 할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습니다.

그런 공부는 참여자가 그리 많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내용이 좀 딱딱하고 지루할 수도 있고 현실생활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긴 안목으로 근본적인 면을 다루며 신앙과 인생을 신학적으로 접하고 고민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그런 기술적인 면은 충분히 조율하며 좀 수준 높고 의미 있는 성경 공부, 신학 공부를 제대로 해보아야 한다고 힘 주어 말합니다.

스토어스 교회에서는 정기적, 부정기적으로, 또 적절한 시기가 될 때에 이런 식의 성경공부가 계속해서 잘 이어지고 있음 잘 압니다. 그런 내용으로 지식과 식견 뿐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하여 진정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신앙인으로서의 삶을 제대로 살아가는 데에 대한 굳건한 바탕을 제공해 줄 것을 확신합니다.

정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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