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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07 2011

사순절 이야기(26)-교사로 살아가기… 그리고 자기사랑

   요즘 우리나라에서 많은 명석한 여대생들이 몇 년 이상의 시간을 들여서라도(고시 7수생, 8수생도 흔하답니다;;) 꼭 얻고 싶어 하는 직업이자, 철밥통을 차고도 이기적으로 자기들 권리만 찾는, 게으르고 무능하고 무책임한 집단이라며 많은 이들의 가혹한 질타를 받고 있는 직업, OECD 국가들 중 가장 보수 및 대우가 좋은 편이라는데도 그 직업 종사자들의 투덜거림과 스트레스는 끝이 없는 듯 상승하고 있는 직업은? 네, 초중고 교사랍니다. 특히 저처럼 어렸을 때부터 꿈이라고는 ‘좋은 선생님이 되는 것’ 밖에는 가져보지 못한 사람에게는, 능력 있는 선생님이 되기 위해서 꽤 오래 준비하고도 불어교사를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 현실 때문에 먼 길을 돌아 드디어 ‘교사’가 된 사람에게는, 매일 매일 겪어내야 하는 학교의 현실이 좀 더 심각하게 다가옵니다.

   학교 공부 따위(!)는 필요 없다는 듯 어려운 학원 문제에만 매달리고 있는 소위 상위권 아이들에게, 이미 학습동기는 모두 잃어버린 채 공부 자체에 맘을 닫아버린 아이들에게, 선생님에 대한 기대나 믿음 없이 계속 빈정거리거나 무시하는 아이들에게, 불끈 불끈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더 약한 친구들에게 잔인하리만큼 쏟아 붓는 아이들에게 선생님은 어떻게 다가가야 할까요?

   떨어져서 집단으로 보면 ‘괴물’처럼 보이는 아이들도 막상 관심과 인내심을 가지고 다가가면 이해 가능하고 맘에 상처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지금까지 10년이 채 못 되는 교사 경험 동안 한 가지 느낀 점은 아이들은, 심지어 너무 차가워 보이거나 정말 기가 막힐 정도로 막 행동하는 아이들도 ‘사랑에 고파한다’는 점입니다. 자신의 말을 진심으로 들어 줄 사람, 자신을 정말로 믿어주고 기다려 줄 사람을 필요로 한다는 겁니다. 공부를 잘 하는 아이들도, 학교에서 오랫동안 패배자로, 열등생으로 낙인찍힌 아이들만큼이나 마음에 상처가 많다는 걸, 진정한 자기 존중감 없이 순간순간 외부의 평가에 맘 졸이고 있다는 걸 자주 발견하게 됩니다. 올 해 들어 우리나라 카이스트 재학생 중 네 명이 잇달아 자살하는 일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끊임없는 경쟁을 강조하고 한 줄 세우기가 평가의 가장 객관적인 방법이라며 계속되는 한, 학교라는 시스템 속에서 승자도 패자도 모두가 불행한 상황에서 벗어날 길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사실을 잘 알면서도 매일 매일, 매 수업시간, 매일의 조, 종례 시간 동안 아이들 개개인에게 그 아이들이 필요로 하는 사랑과 관심, 인내를 가지고 대하는 것이 너무 어렵습니다. 저를 따르거나 열심히 수업을 듣는 많은 아이들보다 완전히 엎드려 자거나 끊임없이 핸드폰을 사용하거나 빈정거리는 말을 툭툭 던지거나 다른 과목 학원 문제집을 당당하게 풀고 있는 ‘소수의’ 아이들이 더 눈에 보이고 그 때마다 자존감에 화살을 맞는 느낌입니다. 어떤 선생님이 그러시더군요, 본인은 학급에 들어가기 직전 문고리를 잡고, ‘이 시간 동안 아이들을 미워하지 않게 도와주세요’라고 매번 기도를 하신다고…

   교사라는 직업은 그 어떤 직업보다 보람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아직은 성인이 아닌 아이들에게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영향을 주게 된다는 면에서 무척 두렵기도 한 직업인 것 같습니다. 또한 계속적인 관계에 노출되어 있어야 하고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기보다는 아이들의 상태와 각각의 상황에 관심을 쏟아야하는 직업이어서인지 정신적으로 힘겹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그래, 나 그런대로 잘 해나가고 있어’라고 생각하는 때가 한 번이면 자기반성에, 자괴감에 시달려야 하는 때는 그보다 열 배 쯤 많은 것 같습니다. 맘 속에 샘이 있다면 아무리 물을 떠보려고 해도 방울 하나 나오지 않게 파삭파삭 말라버린 샘처럼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이렇게 맘 속이 말라버린 사람이 무얼 가르친다고 할 수 있을까? 아이들에게 무슨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겨우 겉으로만 ‘친절한’ 선생님, 적어도 아이들에게 상처가 되는 행동은 안 하려고 애쓰는 선생님, 주어진 내용을 그냥 열심히 떠들어대는 선생님인 것으로 만족하며, 수업, 학생지도, 행정잡무에 늘 피곤에 절은 상태로 출퇴근을 반복하는 것이 제가 여기 오기 전 모습이었습니다.

   몇 년 전 고3 담임을 할 때 제가 정한 우리반 급훈이 “자신을 사랑하자”였습니다. 그 때 옆 반 선생님이 웃으시면서 우리반 급훈스럽다고…(그 말이 무슨 뜻이었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불혹’이 훌쩍 넘어선 지금도 전 정말로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되었는지 자신이 없습니다. 낮은 자기 존중감에 맘 속 고통을 많이 겪었지만 아직도 제대로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깨우치지 못했다는 걸 압니다. 자신을 제대로 사랑할 수 없는 한 누구도 제대로 사랑할 수 없다고 합니다. 불행하지 않은(또는 덜 불행한) 선생님이 되기 위해서라도 맘 속 사랑의 샘물을 채울 수 있는 길을 찾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사랑을 받으면 되는 걸까요? 사람에 대한 집착은 어느 형태로든 해답이 될 수 없음을 경험을 통해 배웠습니다. 좋은 책 읽기, 친구들과 술 한(?) 잔 하며 맘 속 이야기 나누기, 좋아하는 음악 듣기, 운전하며 큰 소리로 노래 부르기, 여행하며 새로운 자연과 사람 만나기, 산책하기 등이 지금까지 제가 발견한 몇 가지 방법입니다. 하지만 근원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하고, 너무 바쁘거나 몸이 아플 때 등은 실천할 수 없는 것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할 줄도 모르는 제가 막연히 동경하는 길이 ‘기도’입니다. 오래 전 테레사 수녀님의 책을 읽고 그런 생각을 처음 하게 되었습니다. 장호준 목사님이 설교 때마다 하시는 말씀, “하느님이 많이 사랑하시는 여러분”. 그런 사랑을 받고 있다는 걸 믿을 수 있으면, 그리고 매일 기도란 걸 할 수 있게 되면, 저도 저 자신을 진짜 사랑할 수 있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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