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월 28 2011

사순절 이야기(17) – 나의 간사한 마음

가족들하고 같이 미국생활을 한지 2달반정도 지났습니다. 솔직히 작년에 혼자 있을 때만해도 “미국은 절대로 사람 살 곳이 못 되는 것 같아…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여기서 이 고생을 하고 있는 거지….” 하면서 불평불만에 외로움에 지쳐, 배고픔에 지쳐, 일에 지쳐, 한국음식이 그리고 한국으로 간절히 돌아가고 싶었는데 사람마음이 간사한지라 요새는 가족들과 같이 있으니 요새는 “여기도 살만한데…” 바뀌었네요.

직장생활 7년하고 다시 학생으로 돌아오니 좋은 점도 있고 안 좋은 점도 있지만 그래도 아직 좋은 점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금전적인 보상이 조금 아쉽지만 시간을 내가 관리할 수 있다는 점과 아이들과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한국에서 회사 다니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잦은 회식과 출장 때문에 주일 대부분은 애들 자는 모습만 보았던 기억이…)과 회사업무에 대한 스트레스가 적다는 점이 너무 좋습니다. 물론 학교과제와 프로젝트에 대한 스트레스도 있지만 그래도 이전 회사 일에 비하며 뭐 할만하네요. 예전업무가 가전제품 연구개발 쪽이라 프로젝트완료 후 제품이 대량양산 들어가면 그 수량이 한 두 대가 아니기에 문제가 터지면 시간적으로나 금전적으로 손해가 막심한지라 개발자로서 한시도 마음을 놓일 수도 없고… 워낙 다양한 원인으로 문제가 생기니 예측하기도 힘들고… 집에서 쉬면서도 마음은 계속 회사일로 고민하고…… 사업부에서 일 터져서 전화오면, 그 즉시 일요일 오후에 출장 옷 좀 싸달라고 와이프한테 부탁할 때는 미안하기도 하고… 그날 일요일 오후 비행기편으로 내려와서 늦게까지 일하고 연고 없는 외지에서 혼자 잘 때면 온갖 잡생각만 가득하고 벗어나고 싶었는데… 이 또한 사람 마음이 간사한지라 가끔씩 그 생활이 생각이 나네요. 시장에서 제품으로 출시되는 것을 보면 이 또한 엔지니어로써 큰 보람된 일이고 성취이기에…. 요새는 시간이 흘러서인지 열정과 에너지가 그때만큼 못한 것 같아서 가끔씩 제 자신을 반성해 보기도 합니다.

몇 년 전에 어머님께서 많이 아프셨습니다. 그 당시에도 유학을 가기 위해 이리저리 알아보고 있을 때쯤이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너무나 힘든 상황이었고 어머님이 몸이 많이 안 좋으시기에 장남으로서 유학은 사치라고 생각하고 가족부양에 최선을 다하기로 생각하며 회사생활에 충성을 다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또한 사람마음이 간사한지라 어머님 몸이 차차 좋아지시고 다시 한번 마음이 변화게 되더군요.

저는 한국에 있을 때 교회를 다니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여기 교회에서 똑같은 내용을 가지고 기도를 합니다. “학위 받고 돌아가는 그날까지 어머님 건강하시라고……” 그래야 간사한 마음으로 인한 제 결정에 대한 저의 불편한 마음이 조금이 나마 위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여기 스토어즈 교회 모든 가족분들에게도 건강한 삶이 있기를 기도하도록 하겠습니다.

6 pings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