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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7 2012

사순절 이야기 (6) – 어떤 면을 주로 보며 살까요?

 

   몇 년 전 학급담임을 하며 겪은 이런 저런 일들로 힘들어 하고 있을 때 읽고 많이 느끼고 배운 책의 일부를 소개하면서 저의 2012년 사순절 이야기를 시작해보려 합니다.

– 아잔 브라흐마, ‘술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중에서 –

“… 아무리 오래 걸린다 해도 모든 벽을 완벽한 형태로 쌓아올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마침내 첫 번째 벽돌 벽을 완성한 나는 한 걸음 물러서서 감탄의 눈으로 내가 쌓은 벽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그제야 나는 중간에 있는 벽돌 두 장이 어긋나게 놓여졌음을 알아차렸다. 다른 벽돌들은 모두 일직선으로 똑발랐지만, 두 벽돌만은 각도가 약간 어긋나 있었다. 여간 눈에 거슬리는 것이 아니었다. 그 벽돌 두 장 때문에 벽 전체를 망치고 만 것이다!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

그러던 어는 날, 절을 다 짓고 서너 달쯤 시간이 흘렀을 때였다. 한 방문객과 함께 절 안을 거닐다가 그가 그만 그 벽을 보고야 말았다.

그 남자는 무심코 말했다.

“매우 아름다운 벽이군요.”

내가 놀라서 물었다.

“선생, 혹시 안경을 차에 두고 오셨나요? 아니면 시력에 문제가 있으신가요? 벽 전체를 망쳐 놓은 저 잘못된 벽돌 두 장이 보이지 않나요?”

그가 그 다음에 한 말은 그 벽에 대한 나의 시각을, 나아가 나 자신과 삶의 많은 측면에 대한 나의 전체적인 시각을 근본에서부터 바꿔 놓았다.

그가 말했다.

“물론 내 눈에는 잘못 얹힌 두 장의 벽돌이 보입니다. 하지만 내 눈에는 더없이 훌륭하게 쌓아올려진 998개의 벽돌들도 보입니다.”

순간 나는 말문이 막혔다.

그렇게 해서 나는 석 달 만에 처음으로 그 두 개의 실수가 아닌, 벽이 이루고 있는 훌륭하게 쌓아올려진 수많은 벽돌들을 바라볼 수가 있었다. 그 잘못 놓인 벽돌의 위와 아래, 왼쪽과 오른쪽에는 제대로 놓인, 완벽하게 얹힌 수많은 벽돌들이 있었다. 게다가 완벽한 벽돌들은 두 장의 잘못된 벽돌보다 압도적으로 숫자가 많았다.

전에 내 눈은 오로지 두 개의 잘못된 것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그 밖의 다른 것들에 대해서는 눈 뜬 장님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 자신이 그 벽을 바라보는 것조차 싫었고, 다른 사람들이 그것을 보는 것도 싫었다. 그 벽을 폭발해 부숴 버리고 싶을 정도였다.

그런데 이제 나는 훌륭하게 쌓아올려진 벽돌들을 볼 수 있었다. 벽은 전혀 흉한 모습이 아니었다. 그 방문객이 말한 대로 ‘매우 아름다운 벽’이었다.”

   장점보다는 단점에, 잘 하고 있는 일보다는 잘못하고 있는 일, 이따금 드는 바람직하지 못한 생각과 감정에 무게중심을 두고 저 자신을 보곤 하던 제게는 이 글이 많은 위안을 주었습니다. ‘그래, 괜찮은 부분을 보려 해 보자. 그리고 스스로를 칭찬하고 격려해보자…’

   준우가 몬트리올에서 초등 1학년을 보낼 때였습니다. 준우 담임선생님이 Mrs. Grandy라는 분이었는데 정년퇴직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빗자루 하나 다리 사이에 두면 금방이라도 하늘을 날 수 있을 것 같은, ‘귀여운 마녀’라는 별명이 딱 어울리는 분이셨죠. 이 분이 엄하고 무섭기로도 소문난 분이었는데 준우가 학교에 입학하고 몇 달이 지난 어느 날 학부모 면담일이 잡혀서 선생님을 뵈러 갔습니다. 많이 긴장하고 갔는데 정말 초지일관 준우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어요. “If I were you, I would be really proud of your son.” 등등… 한참 칭찬을 듣고 있으니 기분이 좋~아지고 아들의 장점이 더 새록새록 부각되어 느껴졌지요. 그런데 나중에 같은 아파트에 살던 엄청 똘똘한 여자아이의 성적표와 비교해 봤더니;;; 만약 한국 학교의 선생님이셨으면 똑같은 아이에 대해서 정말 다르게 말씀하셨을 겁니다. 장점은 기본이라 말할 가치가 없고, 부족한 점, 남들보다 뛰어나지 못한 점을 부각해서 말하는 것이 우리 문화에서는 마치 정석인 것처럼 되어 있어요. 제가 담임을 하면서 학부모님과 이야기를 나눌 때면 Mrs. Grandy를 떠올리며 그 아이의 장점을, 훌륭한 점을, 멋진 점을 주로 이야기하려 노력하곤 합니다.

   “하나님이 많이 사랑하는” 우리니까 우리 자신을 볼 때도, 주변의 가족, 친구, 지인, 아니 모르는 사람들을 볼 때도 부족한 벽돌 두 개보다는 탄탄하고 멋지게 쌓인 벽돌 998개를 보려고 애써보면 어떨까요?

   올 한 해, 제가 담임으로 만나게 될 41명의 2학년 7반 문과 남학생들 개개인의 멋진 점을, 그리고 교과 시간에 만나게 될 2, 3학년 아이들 개개인의 장점을 볼 수 있게 되기를, 그들을 진심으로 좋아하게 되기를, 그 아이들에게 자신의 소중함을 조금이나마 느끼게 해 줄 수 있기를 기도해 봅니다.

5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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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Yourorange

    3월의 첫 주가 정신없이 흘러가고 있겠네요. 선생님 글을 읽어보니 선생님이 41명의 소중한 인연을 시작함에 앞서 이 만남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지, 얼마나 마음을 쓰고 계신지 알 수 있는 것 같아서 참 김춘아 선생님 답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랑이 넘치고 긍정이 마음 속에 굳건한 선생님, 선생님반 아이들은 정말 복 터진 거예요. 샘, 화이팅!

  2. teabary의 프로필 사진
    teabary

    제가 어제 이빨이 깨졌습니다. 그렇다고 씹는데 많은 불편한 것도 아니고 보험도 없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곧 한국으로 돌아갈텐데 하고 흘려 보내려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게 오늘 아침부터 영 신경쓰이는게 아닙니다.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들어,
    다른 아직까지는 멀쩡한 이빨들에 집중하며 살도록 하겠습니다.

  3. 영서늬

    선생님같은 분이 계시다는걸 학부모님들도 아시고 응원해주셔야할텐데…
    저는, 완전 응원 잘할 수 있는데…
    선생님!!! 새 학기 적응 잘 해내시길 바랍니다!!!

  4. 0070

    김춘아 선생님같은 분들만 계시면, 제가 군대에서 고문관 소리를 안들었을 텐데요… 타도 네거티브!!!

  5. 의 프로필 사진

    제가 학교 다니던 시절에 김 선생님과 같은 영어 선생님을 만났더라면 지금쯤 영어를 잘 할 수 있었을텐데 말이죠… ㅎㅎ
    김 선생님을 만나게 될 41명의 학생들이 부럽군요.
    아이들에게 미국에서 스쿨버스 운전 하는 사람이 그러더라고 꼭 이말 전해 주십시오.
    “짜식들, 니들은 횡재 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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