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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07 2012

사순절 이야기 (40) – “조슈아, 조슈아 백팩을 벗어!”

스쿨 버스의 내부는 운전석 부분을 제외하고는 매우 단조롭습니다.
버스 종류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비상 창문이 양 옆으로 두개씩 있고 지붕에 비상 탈출구가 두개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두줄로 기본적인 의자들만이 놓여 있는 것 외에는 아무런 장식이나 장치가 없습니다.
한 때 스쿨버스 의자에 안전벨트를 장착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기도 했지만 결국 무산되었고, 단 48개월 이하의 어린이들에 대해서만 별도의 유아용 의자를 장착해서 안전벨트를 묶는 것을 법률로 정했을 뿐입니다.

하지만 지극히 단조로운 스쿨버스라 하더라도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아이들에게 있어서는 훌륭한 놀이 공간으로 둔갑하게 됩니다. 머리를 복도쪽으로 젖히고 의자에 눞는다거나, 등받이에 올라가 앉는 다거나, 촘촘히 붙어있는 의자 등받이를 침대 삼아 뒹굴거나, 의자 위로 걸어다니기 또는 의자 건너뛰기 등 다양한 놀이를 합니다. 특히 유치원 이전 프리스쿨에 다니는 아이들의 경우는 불과 어른 두 뼘도 되지 않는 높이의 의자와 바닥 사이로 군대에서 낮은 포복을 하듯 기어 다니는 놀이까지 곁들여 합니다. 물론 의자밑 바닥에 있는 먼지며 흙을 온통 다 뒤집어 쓰게 되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의자 밑을 기어다니는 놀이를 제일 좋아합니다.

내 버스를 타는 프리스쿨 아이 중 조슈아가 있습니다. 학기 초에는 스쿨버스를 타지 않겠다고 해서 어머니가 매일같이 학교에 데려다 주곤 했었는데 언젠가 한 번 스쿨버스를 타보고는 재미가 들렸던지 이제는 미리 집 앞에 나와 스쿨버스를 기다리는 아이입니다.
이 아이가 스쿨버스안에서 가장 즐기는 놀이가 의자 아래로 기어다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놀이가 늘 재미있게 끝나는 것 만은 아닙니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그날도 예전과 마찬가지로 조슈아와 데클레인 그리고 앤토니를 태우고 학교로 가는 중에 갑자기 비명에 가까운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이었습니다. 버스를 세울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던 지라 운전을 하면서 아이들을 향해 소리쳤습니다.

“무슨 일이야, 누가 우는 거야?”
“조슈아가 울어”
“왜, 울어?”
“잡혔어(He is caught)”

거울로 둘러보니 조슈아는 보이질 않고 데클레인과 앤토니가 의자 곁에서서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 데클레인이 잡은 것도 앤토니가 잡은 것도 아닐텐데 그럼 누가 조슈아를 잡았다는 말인지, 다시 물어 봤습니다.

“잡혔다고? 누가 조슈아를 잡았는데?”
“의자가 잡았어”

도로 옆으로 버스를 세우고 조슈아가 울고있는 자리로 가 보니 백팩을 멘채로 의자밑을 기어다니던 조슈아의 백팩이 의자 아래에 있는 고리에 걸린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의자 밑에 끼어서 꼼짝 할 수 없게 되었고, 겁에 질린 조슈아가 빠져 나가기 위해 양 손을 앞쪽으로 올리고 몸부림을 치게 되니 백팩이 의자 고리에 더욱 더 단단하게 끼이게 되었고, 결국 꼼짝 못하게 되자 비명을 지르며 울었던 것입니다.

“조슈아, 조슈아 백팩을 벗어!”

시인 천상병은 ‘귀천’에서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라고 노래하지만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기 위해 지금 지나가야하는 삶의 터널이 그리 만만치 만은 않은 것이 사실 입니다. 그러다보니 그 만만치 않은 삶의 터널을 짐까지 메고 지나가기는 더욱 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의자가 백팩을 붙잡고 있듯, 삶의 터널이 우리 짐을 붙잡고 있습니다.
백팩을 벗지 않고서는 의자 밑에서 빠져 나오지 못 하듯, 삶의 짐을 벗지 않고서는 삶의 터널을 지나가지 못 합니다.

“짐, 벗어 버렷!”

부활은 ‘벗어 버림’입니다.

장호준

3 comments

  1. 의 프로필 사진

    채 목사님,
    반갑습니다. 한 번 멈춰 가시지요.

  2. 채효기

    목사님의 글을 읽으면 마음이 짠~ 합니다. 부활절 잘 보내셨죠? 저도 짐 좀 내려놓아야 할텐데…

  3. 의 프로필 사진

    사순절 40일이 지났습니다.
    그간 ‘사순절 이야기’를 만들어주신 모든 분들께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여러분들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더욱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게 될 것입니다.

    이제 사순절도 지났으니, 짐 벗어놓고 한 잔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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