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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 2011

사순절 이야기 (37) – 행복이라는 인생의 목적과 이의 과정

아래는 제가 3월에 서강학보사로부터 후배학생들에게 “좋은” 글을 써달라는 원고청탁을 받고 고민하며 쓴 글입니다. 우리의 상황에 맞게 고치고 가감하려고 하다가 그 글을 그대로 쓰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더 중요하게는 중간고사 기간에 여러 바쁜 일로 그럴 여유가 없어서 그대로 올립니다. 댓글 많이 붙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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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라는 인생의 목적과 이의 과정

정인기, 서강대학교 영미어문전공/영어영문학과 교수

필자는 서강대학교 영어영문학과 87학번으로 박사과정 수료까지 서강대에서 언어학을 공부했고, 2007년에 미국 커네티컷 주립대학교에서 언어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한국과 미국의 몇몇 대학에서 근무하다가 올 3월에 모교에서 새로운 둥지를 틀었다. 그 사이 여러 일이 있었지만 큰 줄기를 보면 언어학이 좋아 공부를 시작하고 초지일관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수많은 나라의 헌법에 행복추구에 관한 조항이 있다. 너무 당연하고 중요하지만, 상당히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 동안 경험하고 깨달은 바, 행복하게 사는 방법과 과정에 대해 얻은 나름의 생각을 후배 학생들과 나누고자 하는 바람으로 이 글을 쓴다.

첫째, 행복하기 위해서는, 인생에서 이루고자 하는 바와 인생의 여정을 명확하고 구체적이고 크게 세우라. 그래야 목표를 위해 해야할 구체적, 현실적, 이상적인 것을 알고 이룰 수 있고, 자신이 무엇을 향해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있다. 이를 위해 모든 것을 투신할 각오로 임해야 한다. 의도한 바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 뚜렷한 목표가 있으면 진로를 다시 잡는 데에도 용이하다.

둘째, 추구하는 바나 현상황을 넘어서 좀더 넓고 길게 보라. 앞으로 5년, 10년, 20년, 40년 후의 상황은 어떨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역사, 인간심리, 사회원리도 알아야 한다. 공간적으로는, 동양, 서구, 제 3세계, 사회주의 세계 등에 대한 지식과 인식도 필요하다. ‘지피지기백전불패’라 하지 않았는가?

셋째, 자신의 인생이 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잊지 마라. 상대방을 존중할 줄 알아야 하는데, 이는 자신을 존중할 때에만 가능한 것이다. 또한 “네 이웃을 네 몸과같이 사랑하라”는 말은 자기는 사랑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 자신과 함께, 가정과, 사회, 국가, 전인류를 아울러 생각할 줄도 알아야 한다. 항상 부드럽고 겸손하라. 17세기 초 이탈리아 예수회 사제 Claudio Acquaviva의 “fortiter in re, suaviter in modo”(strong in the matter, gentle in the mann)라는 말도 있다. 간혹, 이러면서 오히려 상처를 받는 경우도 있다. 이를 두려워하지 마라. 진정 강인한 것은 부러질 줄도 알고, 굽을 줄도 아는 것이다.

넷째, 자신이 하는 일이 어떤 결과를 낼지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한다. 미국의 사회학자 Robert Merton의 표현 “unintended consequences”에 해당하는 말인데, 애초 계획하고 의도했던 바와 달리 엉뚱한 결과가 초래되는 경우가 있다. 우리가 어찌 할 수 없는 면이 있기는 하지만, 기획단계에서 이러한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한다.

다섯째, 할 수 있을 때 해야 한다. Carpe diem이라는 라틴어 속담도 있다. 기회는 자주 오지 않고, 시간은 지나가면 다시 오지 않는다.

여섯째, 그렇지만 또한 인생은 계속이라는 점을 잊지 마라. 큰 기회를 놓쳐도 다른 기회가 오니, 항상 준비하며 살자. 또한, 큰 것을 이루었다 하더라도 앞으로 다른 일이 또 오게 된다.

일곱째, 성과와 성취는 자기 혼자만의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가정, 부모, 스승, 사회, 국가, 또 신앙이 있다면 신의 밑받침, 동료의 협력, 경쟁심, 심지어 실패자에게서 받는 반사이익까지 여러 가지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를 인정하고, 감사해야 한다.

여덟째, 어떤 일이 있어도 자신에게 떳떳하라. 자신의 영혼이나 양심을 팔지 마라.

아홉째, 이런 말이 (이 글을 쓰는 필자를 포함하여) 바로 자신에게 적용되는 점임을 기억하자.

열째, 위에서 말한 이런 모든 것에 대해 초연할 수 있으면 참 좋겠다.

어찌 하다 보니, 꼭 열 항목이 되었다. 너무 도덕 선생님같은 말, 신부님의 강론에나 나올 말만 썼는데, 사실 이것 말고 인생에서 할 수 있는 것도 많지 않은 듯 하다. 숙명론에는 반대하지만, 인간으로서 느끼는 비슷한 점도 많이 있을 줄 안다. 아울러 자신만의 덕목을 갖추고, 앞으로의 행복한 인생을 위해 사는 서강인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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