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4월 01 2012

사순절 이야기 (34) – 경은이는 언제…

“엄마, 경은이는 언제 엄마랑 같이 잤어?”
“응? 동생 태어나기 전까진 늘 엄마랑 잤잖아, 기억 안 나?”
요즘 경은이의 소원은 엄마와 함께 자는 겁니다.
제가 둘째 임신 후기로 접어들면서 경은이는 엄마와 떨어져 아빠와 둘이 자는 연습을 했습니다. 다 큰 아기가 엄마랑 자면 늑대가 와서 잡아가니 늑대와 맞서 싸울 수 있는 아빠와 자야한다는 말로 경은이를 꼬득였지만, 실은 제가 얼마나 얕은 인내심의 소유자인지 제 스스로 너무나 잘 아는지라 두 아이 모두 엄마인 제게 매달리면 제 육아 스트레스가 너무 심할 것 같아 경은이 재우는 일만이라도 남편의 도움을 받고자 한 것이지요.
한 동안 아빠와 잘 자더니 저와 굿나잇 인사를 할 때마다 시무룩한 얼굴을 하고 아빠에게 공연히 심술을 부립니다. 동생은 엄마와 자는데…그런 마음이겠지요. 경은이가 짜증부리고 우는 날이 많아지면서 결국 동생과 제가 자는 방에서 경은이도 함께 자기로 했습니다.
혹시 자다 몸부림을 칠까봐 경은이는 침대에서, 저와 갓난쟁이는 바닥에서 자고 있습니다.
엄마 옆은 아니지만 같은 방에서 자는 것만으로도 맘이 한결 좋은 모양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경은이가 금방 자질 않습니다. 엄마랑 조금이라도 더 재잘재잘 얘기를 하고 싶어서 좀처럼 잘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엄마 관심 끌려고 공연히 화장실도 들락날락. 방이 덥네 춥네, 목이 마르네, 어디가 가렵네…트집을 잡습니다. 경은이 말소리, 웃음소리(기억하시죠? 그 화통한 웃음소리), 왔다갔다하는 소리에 갓난쟁이도 좀처럼 잠들기가 힘이 듭니다.
오늘은 둘째가 먼저 잠들었길래 제 볼 일 좀 보려고 방에서 나왔더니 경은이가 또 쪼르르 따라 나옵니다.
“엄마, 언제 잘 거야?”
옆에 자지 않아도 한 방에 제가 있어야 잠이 오나 봅니다.
저도 슬슬 화가 좀 납니다.
“얼른 가서 자. 엄마 할 일 있어서 그래.”
라고 말하고 경은일 들여보냈습니다.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돌아서는 경은이 모습에 순간, 짜증스럽게 말한 게 후회가 됩니다.
어느새 여섯 살이 된 경은이.
동생이 생긴다는 건 첩을 맞은 본처의 마음이라는데, 큰 투정 없이 의젓하게 동생도 예뻐하고 엄마가 동생 돌볼 땐 잔심부름도 곧잘 하는 착한 딸.
침대에 누운 시무룩한 표정의 경은이를 보니 맘이 더 안 좋아집니다.
제 몸이 조금만 더 피곤하면 될 것을 오늘도 공연히 어린 딸 마음에 상처를 준 것 같아 한없이 미안해집니다. 좋은 엄마가 되는 일은 정말 어려운 것 같습니다. 특히, 저처럼 이기적인 인간은…
“경은아, 오늘은 엄마가 경은이랑 자고 싶은데 오늘 하루만 그럴까?”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경은이 표정이 확 바뀝니다.
“오예~좋아. 하하. 엄마, 웃음이 자꾸 나와 엄마. 하하.”
그러더니 제 옆으로 와서 좁은 요 위에 누워 더 이상 그럴 수 없이 행복한 표정으로 금새 잠이 듭니다.
오랜만에 이쁜 우리 딸 경은이와 자서 저도 오늘은 더 달콤한 꿈을 꿀 것 같습니다.

1 comment

  1. 의 프로필 사진

    섬마을 박선생님께서 보내주신 사순절 이야기입니다.
    박선생님, 경은이 그리고 이 박사님의 모습이 선하게 눈에 그려집니다.
    ‘첩을 맞은 본처의 마음’이라…
    언젠가 한국에 들어갈 일이 있거든 그 “첩” 꼭 한 번 봐야 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박선생님…..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