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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7 2017

2017 사순절이야기(24)_은은하다 그리고 은근하다.

안녕하세요.

2013년 4월부터 1년간 스토어스 한인교회와 함께한 강찬, 강민, 배재희, 강재구 가족입니다.
올라온 글 보기만 하다가 오랜만에 사이트에 글을 직접 올리려니 낯서네요.
얼마전에 소식지에 짧은 글 요청을 받아 급하게 소식전했는데…….

저희 가족을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희는 아이들을 방목형으로 키웠습니다.
그래서 공동육아어린이집, 미인가 초등대안학교를 보냈었죠.
그 덕분에 찬, 민이는 미국에 와서 미국생활을 재미없어 하고, 빨리 한국에 가고 싶어 한 몇 안되는 아이들 중 하나였을 겁니다.
그렇게 키웠던 찬이가 규율과 통제가 넘치는 국군간호사관학교에 올해 입학했습니다.
우스개로 ‘지랄총량의법칙’이란 말이 있죠. 어릴 때 얌전하면, 커서 말썽이고. 어릴 때 말썽이면 커서 의젓하다는 것을 재미있게 표현한 말이죠. 이 말이 생각났답니다. 어릴 때 자유롭게 방목했더니, 커서는 스스로 규율 속으로 들어 갔네요.ㅋㅎ

찬이가 사관학교 입교식 전에 4주간 기초군사훈련을 받았는데요, 그 4주간 연락할 방법은 학교 사이트에 사랑을 담은 편지를 보내는 방법이 유일했답니다. 그 때 찬이에게 보냈던 글 중 하나를 공유합니다.

김소연이 쓴 ‘마음사전’이란 책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작은 차이가 빗는 전혀 다른 결론이란 장에서 “은은하다. 은근하다”의 뜻을 설명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은은한 것들은 향기가 있고, 은근한 것들은 힘이 있다. 은은함에는 아련함이 있고, 은근함에는 아둔함이 있다. 은은한 것들이 지닌 아련함은 그 과정을 음미하게 하며, 은근한 것들이 지닌 아둔함은 그 결론을 신뢰하게 한다. 은은한 사람은 과정을 아름답게 엮어가며, 은근한 사람은 결론을 아름답게 맺는다.”

그리고 찬이에게 은은하며 은근한 사람으로 불리는 것도 멋진 일인 것 같다고 했답니다.

은은하며 은근한 사람하면 떠오르는 분이 있답니다. 세월호 유가족 중 한분인데요.
잊지 않고, 기억하고, 원인과 이유를 찾는데 도움이 되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사고 이후 지금까지 과정 전부를 기록하신 분입니다.
그 분은 자신의 시계 알람을 매일 4시 16분에 울리게 해 놓으셨답니다.
그 시간에 알람이 울리면 우리 사회의 안전문제에 대해서 생각해보기 위해서라고 하시면서요..

그 인터뷰 기사를 보고, 제 핸드폰의 알람도 매일 4시 16분으로 맞췄답니다.
바쁜 일과 중, 4시 16분에 알람이 울립니다. 저를 은은하고 은근하게 만들어 주는 힘을 느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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