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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07 2013

또 놉니다.

그리 오래 살지는 않았는데
살다 보면 참 여러가지 일들을 겪게 됩니다.
좋든 싫든, 의도 했든 하지 않았든….

몇 주 전에는 이미 말씀 드린 이유로 해서 Suspension 을 5일간 당했었습니다.
그리고 복귀한 지 두주 만에 다시 또 일을 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지난번 일은 어떤 이유에서였든지 내가 잘못 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해서 ‘나는 결코 내 신념을 버리지는 않겠지만, 이곳에서는 사용하지 않겠다.’라는 말로 내 자신을 위로하면서 5일간 말 그대로 근신 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일은 어떻게 내 스스로에게 설명 해 주어야 할지 참으로 난감 했습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지난 화요일 오후 South East Elementary 아이들을 집에 데려다 주던 중에 한 아이가 검은색 스위스 나이프를 버스 안에서 찾았다고 하면서 제게 가져 왔습니다.
그리고 곁에서 그 스위스 나이프를 본 다른 아이가 ‘이거 케터린 꺼야’라고 말 하는 것이었습니다.

케터린은 로렌과 매건 이렇게 세 자매중 제일 큰 언니입니다. 일학년이며 자폐증을 가지고있는 여자 아이입니다.
세 자매가 모두 자폐증을 가지고 있지만 그 중 그래도 케터린이 가장 증상이 약하고 둘째인 로렌과 매건은 말 뿐 아니라 행동 장애도 심하게 가지고 있는 아이들입니다. 그리고 막내는 아직 프리스쿨에 다니는 아이인지라 아침에만 내 버스를 타고 오후에는 캐터린과 로렌만이 내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는데 처음 이 자매를 보았을 때 느꼈던 내 감정이 어쩌면 교만 한 것인지는 몰라도 아이들에게 안타까움과 측은함 또는 흔히 말하는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감정으로 인하여 이 세자매에게 지극한 배려를 해 주었습니다.

다른 아이들 보다 열배 스무배 더 많은 사랑과 관심을 보여 주었고, 아침마다 큰 소리로 환하게 웃으면 인사를 해 주었고, 버스를 탈 때 또는 내릴 때 늘 아이들의 손을 잡아주고, 가방을 들어주기도 하는 행동들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렇게 몇달을 지내는 동안 아이들은 나를 반기게 되었고, 아침에 아이들을 태우기 위해 버스가 도착하면 세 자매가 펄쩍펄쩍 뛰며 나를 반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말을 잘 하지도 못하고 알아듣지도 못하는 캐터린이지만, 아이의 말을 들어주려고 운전을 하는 중에도 귀를 기울여주었고, 오십여명의 아이들에게 앉으라고 조용히 하라고 통제하는 중에도 캐터린만은 늘 예외로 놔두었었습니다. 심지어는 캐터린이 자리를 옮겨 다닌다고 다른 아이들이 항의를 해도 ‘놔둬, 괜찮아’ 하고 무시 해 버리기도 했었습니다.

비록 말을 못하고 알아듣지 못하더라도 특히 로렌은 전혀 말을 하지 못하고 그저 괴성만을 지를 뿐이기는 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자신들에게 호의를 보이고 사랑을 주는 사람에게서 기쁨을 찾고 또 기쁨을 보여주는 아이들, 특히 막내인 메건은 아침 마다 나만 보면 부끄러워서 얼굴을 들지 못하면서도 ‘Good morning, Chang’이라고 숨 죽이는 소리로 인사하는 그 아이들이 참 좋았었습니다.

그러던 중 포켓 나이프를 발견하게 되었고, 케터린과 로렌을 내려주면서 그 엄마에게 ‘이 포켓 나이프가 케터린 것이야?’ 라고 물어 본 후 그 엄마의 갸우뚱 한 얼굴과 ‘남편에게 물어 볼께’라는 대답을 들은 후, 포켓 나이프를 그 엄마에게 전해 주고 ‘아이들이 호기심이나 우연히 가방안에 별 것을 다 넣어가지고 다녀 그러니 아침에 학교 가기전에 가방을 한 번 보는 것이 좋을꺼야’라고 말 해 주고는 그날 운행을 마쳤었습니다.

그리고는 다음날 아침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신나하는 아이들의 태워 학교에 데려주 주었고,그날 오후가 되어서 중학교 아이들을 집에 데려다 주던 중에 오피스로부터 연락을 받고, 그 전날 말라야 엄마가 다른 아이가 자기 딸을 때렸다고 컴프레인을 하는 것을 들었던 터라 그 문제로 나를 불렀는가 하고 오피스에 들어갔더니, 매내저인 베일리와 교육감 프레드가 이미 와서 기다라고 있었고, 책상 위에 바로 그 문제의 스위스 포켓 나이프를 놓고는 아주 심각한 표정으로 포켓 나이프에 대해서 물어보는 것이었습니다.

당연히 있었던 일을 그대로 기억나는 대로 이야기 해주었고, 그런 후 ‘도대체 뭐가 문제야? 그 포켓 나이프가 케터린 것이 아니면 주인을 찾아 주던지 하면 되잖아’라고 말하자 그 때서 교육감 프레드가 하는 말이 ‘그 엄마가 하는 말이 네가 이 포켓 나이프를 로렌의 자켓 주머니에 몰래 넣으려고 했다는 거야’라고 말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아, 괜찮어, 내 버스에 비디오 카메라가 있잖아 그걸 보면 분명하게 나오는데 뭐’라고 이야기 해 주었고, 버스가 들어오는 대로 비디오를 보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는 ‘참 그 엄마도 뭔가 착각을 했겠지, 별일 다 있다.’하고는 별 생각 없이 있었지만, 두 시간 후 베일리가 전화를 해서 ‘비디오 카메라가 고장 났어, 그래서 아무 것도 찍히지 않았어’라고 말을 하는 것을 듣는 순간 갑자기 난감함이 밀려 왔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 베일리가 전화를 해서 하는 말이 ‘그 엄마의 증언이 네 말과 다르고, 비디오도 없고, 증거가 될 만 한 것이 없어, 그래서 타운에서도 이 문제를 해결 할 방법이 없고 결국 심각성을 고려해서 Connecticut State의 DCP(Department of Child Protection)로 보냈다고 해, 그러니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곧 DCP에서 네게 전화를 하든 소환을 하든 하게 될꺼야’라고 근심어린 목소리로 말 하는 것이었습니다.

덕분에 오늘 하루 종일 집에서 놀았습니다. 조사가 끝날 때까지 당분간 일을 못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미국 행정부의 일 처리가 어떤 것인지 익히 아는지라 이 당분간이 꽤 당분간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왜 그 엄마는 내가 그렇게 했다고 말 했을까?
정말 그 엄마는 내가 자기 아이들을 해칠 꺼라고 생각 했을까?
그 아이들이 그렇게 좋아하고 신나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도 그 엄마는 그렇게 말 할 수있었을까?
내가 없으면 아침마다 아이들이 얻는 기쁨이 없어진다는 것을 모를까?
결국 내가 지금까지 보여준 배려와 호의 그리고 사랑은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것이었을까?

이런 저런 복잡한 생각들이 혼란스럽게 지나 갔지만 결국 해답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그래 지금이 사순절이잖아’하는 것 외에는…

결국 다~~~~앙~~~~분간 또 놉니다.
금년에는 “놀복”이 터졌나 봅니다.

장호준

4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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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주류

    지난주 인가요…
    예배후 모임에서 제가 말씀드렸던 말이 다시 떠오르네요…
    “저는 세상 살면서 억울한일 안 당하고 사는것도 다행이라고…”
    죄도 없는데, 억울하게 누명쓰고 사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으니 말이죠..

    헌데 지난번 건도 그런데, 이번 일은 저로서도 상당히 상처를 받는 일이네요..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에 하는 일이라는것을 그들은 정말 모르는지..

    그간 정성을 다해준 아이들에게서나, 그 부모들로부터 받은 그같은 일들은..
    백인 목사님 신분이었다면 학교나 오피스에서도 그리 처리 했을까요..
    제가 그릇이 작아서 인지 정말 배신감을 느끼게 합니다…
    정말 정이 안가네요… 그동네…

    목사님~~
    힘내십시요!!..

  2. 김 선생님,
    이런 일을 당 할 때마다
    안 해도 되는 것을 왜 이렇게 사서 고생을 하고 실망을 하고 그러냐 하는 생각을 하지요
    그러면서도 계속 하지요.
    ‘사랑이 세상을 바꿀 수있다’라는 것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말이죠…
    고맙습니다.

  3. Choonah

    참 많이 속상하고 기가 막히고 억울하고…… 그러셨겠네요.
    진심은 결국엔 통하는 거라고 믿고 싶은데 꼭 언제나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걸 쓰디쓰게 깨달을 때가 있습니다.
    ‘Communication’ 사람과 사람이 서로를 제대로 이해하기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말을 읽거나 들을 때마다 ‘아니야! 그럴 리 없어!’라며 강하게 부인하곤 하면서도 마음 한 켠이 서늘해 오는건 어쩔 수 없더군요.
    목사님, 힘내세요!

  4. 서현이가 불편한 것이 안됐습니다. ㅊ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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