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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7 2011

그건 유혹이다.

예수가 제자들에게 말한다.
“너희는 무엇을 보려고 광야로 나갔었느냐?”
허허벌판 끝없이 펼쳐진 모래와 돌덩이들의 무덤, 가릴 언덕이라고는 기댈 수 없는 바람 언덕 뿐인 곳. 그곳에는 아무 볼 것이 없다.

“너희가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를 보려고 광야로 나갔었느냐?”
퍼부어대는 뜨거움에 눈물 조차 마르고, 부셔버릴 듯 달려드는 바람에 가슴조차 산산조각 나버리는 곳, 그곳에서 한가로이 바람에 흔들이는 갈대는 오히려 사치일 뿐이다.

“너희가 비단 옷을 입은 사람을 보려고 광야로 나갔었느냐?”
처절하게 혼자 일 수밖에 없는 곳, 그곳에는 비단옷을 보여줄 사람조차 없다.

“화려한 옷을 입고 호사스럽게 사는 사람은 왕궁에 있다.”
그렇다 그곳은 아니다.

한가로이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를 보며 감상어린 눈물 한 방울이라도 떨구고 싶거든 죽은 물이 솓구치는 청계천으로 가고. 비단옷에 번쩍이는 화려함을 보려거든 청와대 조찬 기도회로 가라.
광야는 아니다.

“너희가 예언자를 보려고 광야로 나갔었느냐?”
그렇다. 선지자들의 학교, 예언자들의 고향, 그 곳이 광야이다.

예수가 광야로 간다.
악마든, 마귀든, 사탄이든 아니면 시험하는 자이든, 무엇이든 상관없다. 그 무엇이 예수를 잡아 챈다.

“네가 만일 하나님의 아들이거든”
만일 하나님의 자식이거든, 만일 하나님을 믿는 자이거든, ‘만일’ 이라는 말이다. 역시 마귀 답다. 마귀의 한계다. 이정도 밖에는 안된다.
“만일 하나님의 아들이거든”

만일 하나님을 믿었더라면, 만일 우상을 섬기지 않았더라면, 만일 이슬람 국가가 아니었다면, 만일 일요일에 교회를 갔더라면, 일본에 지진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며, 삼십만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인도네시아 쓰나미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 만일 저런 저주 받을 소리를 입으로 내 뱉는 설교자들의 입을 꿰매 버렸더라면, 아니 그런 설교자가 없었더라면, 교회는 조금더 사람들 가슴속에 하나님 사랑을 전해 주었을 것이며, 교회는 조금더 세상에서 빛과 소금이 되는 길에 가까이 갔을 것이다.

사탄의 잔머리이며 악마의 뻔히 보이는 눈속임일 뿐이다. 하지만 효과가 있다. 더구나 만일이 이끄는 것이 달콤하면 달콤 할 수록 효과는 증대 된다.

만일 사대강 사업이 성공 하면, 만일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에 폭침 되었다면, 만일 평화 통일이 이루어 지지 않는다면, 30조원 사대강 예산은 자신들만의 잔치비용이 될터이고, 사기로 잡은 정권은 든든해 질 것이고, 분단으로 얻은 더러운 이권은 자손 만대 번창 할 것이리라는 유혹, 하지만 그 만일이 만일 대로 되지 않으면 그 달콤한 유혹은 죽음을 부르는 독약이 되고 만다.

사탄의 잔머리는 잔머리일 뿐, 달콤한 유혹에는 금새 빠져들지만, 죽음의 독약은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생각이 그곳까지 미칠 수 있다면 마귀가 되진 않았을 것이다.

사탄이 예수에게 말한다.
“만일 네가 하나님의 아들이거든, 돌덩이가 빵이 되게 해 봐라, 만일 네가 하나님의 아들이거든, 성전 꼭대기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 봐라!”

만일 사대강 사업이 실패 한다면, 한반도의 젖줄, 사대강은 모두 썩은 물이 고인 죽은 강이 될 것이다. 우리의 후손들은 물론이요, 곧 이어 복구 사업에 엄청난 세금을 들이게 될 것이다. 국민들은 고통을 받을 것이며, 국토는 병들게 될 것이고, 국가는 재정에 허덕이게 될 것이며, 검사들은 새로운 정권에 빌붙기 위해 앞장서 관련자들을 붙잡아 들이게 될 것이다.

만일 천암한이 북한에 의해 폭침되지 않았다면, 정권이 바뀐 후 ‘천암함 청문회’가 열릴 것이며, 조작에 가담한 자들에 대한 책임을 묻게 될 것이다. 이명박 정권의 최졸한 통치 사기가 백주에 드러나게 될 것이며, 대한민국은 다시 한 번 국제외교에서 고립되고 말 것이고, 남과 북의 대화는 다시 또 북한이 주도하는 대로 이끌려 갈 것이다.

만일 평화 통일이 이루어 진다면, 친일로 부터 시작하여, 민족을 팔고, 동족을 전쟁으로 몰아 넣음으로
움켜쥔, 분단을 등에 업은 권력에 기생하여 얻은, 노동자의 임금을 착취해서 쌓은 모든 이권과 기득권은 국민의 손으로, 민중의 권리로, 백성으로 가슴으로 돌아 가게 될 것이며, 분단이라는 이름으로 갇혀 있었던 자유와 권리가 풀려나고, 주적이라는 이름으로 붉은 칠을 해 놓았던 민족이 하나가 될 것이다.

아직도 마귀는 유혹한다.
‘만일 기독교 장로가 대통령이 되면….’
‘만일 더 큰 교회를 지으면…’
‘만일 교인이 더 많아지면 …’
‘만일 더 많은 헌금을 모아 들이면 …’
그리고 아직도 교회는 마귀의 유혹에 넘어간다.

군인들이 십자가 달린 예수에게 말한다.
“네가 만일 유대인의 왕이거든 네가 너를 구원 해 봐라”
하지만 예수는 십자가에서 죽었다.

사순절이다.
교회여, 그건 유혹이다.

장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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