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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3 2013

겨레장….

1 comment

  1. 그 날은 1975년 8월 21일 이었다.
    무척 더운 여름, 수십년 만의 더위라는 기상예보가 연일 터져나오던 때였다.

    8월 17일 죽임을 당하시고 다음날 새벽 전세집으로 돌아오신 아버지의 유해는 신문지에 쌓인 드라이 아이스에 뒤덥혀졌었고,
    장례일 아침 입관을 마친 아버지의 유해는 습기를 머금은 무더위속에서 관을 덮은 임정 태극기의 끝자락을 눈물 같은 물기로 적셔갔다.

    선뜻 장례예식을 위한 자리를 내어 줄 수있는 사람들은 김수환 추기경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명동성당으로 들어갔던 아버지의 유해가 ‘“그의 죽음은 별이 떨어진 것이 아니라 죽어서 새로운 빛이 되어 우리의 갈 길을 밝혀 줄 것이다”라는 말을 귓전에 울리며 돌아섰을 때,
    나는 아버지의 영정을 받쳐들고 결코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그 긴 복도를 따라 걷고있었다.

    장지로 가는 길,
    눈물과 피, 고통과 울부짖음, 삶과 죽음의 외침을 민족과 나라를 향한 신념과 의지로 지켜온 이들의 고독을 그대로 간칙 한 채
    서대문 형무소는 한 낮의 뜨거운 열기속에서 그의 붉은 벽을 흔들어 떨며 아버지의 장례행렬을 하염없이 바라보고있었다.

    광탄,
    나사렛 공원묘지는 뜨거운 흙을 토해냈고, 내 손으로 움켜쥔 한 줌의 흙은 꺼져버린 심지의 검은 그으름을 내 평생 가슴에 뭍혀 놓았다.

    영구 안장식을 한다.
    살아계셨던 모든 시간들을,
    해방과 독립을 찾아, 민족과 백성, 자유와 민주, 평화와 통일을 찾아 떠돌아 다니셨던 생을 땅에 뭍었었던지 38년 만에 다시 안장식을 한다.
    이제는 그만 떠도시라고,
    이제는 살아있는 자들에게 맡기시고 편히 쉬시라고.

    하지만 아직도 친일 독재 세력들에 의해 유린당하고 있는 이 땅에서,
    편히 쉬시라고 말씀 드릴 자신은 그으름 뭍은 내 가슴 어느 곳에서도 아직은 찾을 수 없다.

    ‘아버지, 이젠 쉬셔도 됩니다.’라고 말 할 수 있는 나를 찾을 때까지 그저 온 가슴으로 아버지의 영정을 받쳐든다.
    38년 전 그리했던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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